IonosphereFDTD - 지표와 전리층이 구성하는 도파관의 시뮬레이션

지표와 하부 전리층 사이에서 ELF 전파가 전파되어 간다

By 전경원

왜 지구-전리층 도파관을 통째로 모델링할까

전도체인 지표면과 그 위쪽에 있는 하부 전리층 사이의 공간은 구형 전자기 도파관(waveguide)과 같습니다. 극저주파(ELF)와 초저주파(VLF)는 지면, 바다, 대기, 전리층과 반복해서 상호작용하면서 이 공동(cavity) 안을 수천 킬로미터씩 전파해 나갑니다(Wait & Spies). 지표면과 전리층은 완벽한 도체가 아니므로 파동은 감쇠하면서 전파됩니다. 하지만 감쇠가 느려서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돌아오는 신호가 생기고, 그 결과로 전 지구적 공명이 나타납니다. 이런 공명은 1950년대부터 관측되어 왔고 지금도 지구-전리층 공동의 상태를 추적하는 데 쓰입니다.

극저주파와 초저주파는 파장이 어마어마하게 깁니다. 진공에서 20 Hz 신호의 파장은 약 15,000 km에 이릅니다. 이 정도면 지구 자체가 전자기 구조의 일부가 됩니다. 평평한 지구를 가정한 국소 모델은 좁은 범위의 질문에는 답할 수 있지만, 파동이 행성을 감아 도는 전 지구적 전파, 반대편(대척점)에서 다시 모이는 초점 효과, 같은 거리를 두고도 동쪽과 서쪽으로 서로 다른 지각·해양을 지나며 갈라지는 두 경로까지는 자연스럽게 담아내지 못합니다.

지구를 잘라낸 단면. 국지적 전류원이 생성한 파동이 지구와 하부 전리층 사이의 구형 공동을 따라 동쪽과 서쪽 양방향으로 감쇠하면서 전파되며, 이를 대척점에 있는 수신기에서 감지할 수 있습니다.

물리 시스템의 구성

대기 상층부에서는 태양의 자외선과 X선, 그리고 고에너지 입자가 기체 일부를 이온화해 자유 전자와 이온을 만들어 냅니다. 이 영역을 전리층이라 부릅니다. 이온화된 입자는 중성 기체에 비하면 극히 일부이고, 그 정도도 고도·현지 시각·위도·계절·우주 날씨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전기적 성질도 함께 달라집니다. 완벽한 도체로 이루어져 경계가 뚜렷한 껍질은 아닙니다. 다만 극저주파의 관점에서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전도도가 커진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손실이 없는 완벽한 도체라면 파동은 반사만 하고 감쇠하지 않지만, 전도도가 커지는 영역에서는 파동이 흡수되면서 감쇠합니다. 이 성질 때문에 공동 위쪽에는 손실이 있는 경계가 생깁니다.

아래쪽 경계인 지각도 사정이 복잡합니다. 바닷물은 대륙 지각보다 훨씬 전도도가 높고, 지각의 전도도는 지질과 깊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륙 지형과 해저 지형은 파동이 실제로 지나가는 경계의 모양 자체를 바꿉니다. 그래서 파원에서 동쪽으로 간 신호와 서쪽으로 간 신호는 수신기까지의 대권 거리가 같더라도 서로 다른 채널을 지납니다.

이 프로젝트는 첫 단계에서 단순한 물질 모형으로 출발합니다. 해수면 아래는 전도도 $10^{-3}\,\mathrm{S/m}$, 상대 유전율 10인 균질한 암석권으로 두고, 해수면 위는 상대 유전율 1에 고도에 따라 지수적으로 증가하는 낮 시간 전도도를 줍니다. 필요하면 배경과 성질이 다른 구형 지하 이상 구조를 선택적으로 끼워 넣을 수도 있습니다. 해발 고도에 따른 대기 전도도는 다음과 같이 구합니다.

\[\sigma(h)=2.5\times10^5\,\epsilon_0 \exp\!\left(\frac{h-H'}{\zeta}\right)\]

기본값은 기준 고도 $H’=74\,\mathrm{km}$, 스케일 높이 $\zeta=6\,\mathrm{km}$입니다. 극저주파 전파에 쓰는 전리층 전도도 파라미터를 정리한 Bannister의 값을 참고했습니다. 이 값들은 보편 상수가 아니라 언제든 바꿔 끼울 수 있는 쓸 만한 기준선일 뿐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설계 원칙이 드러납니다. 맥스웰 방정식은 풀이기(solver)에, 불확실한 지구물리 가정은 물질 모델에 둡니다. 둘을 섞지 않으면 나중에 물질 가정을 바꿔도 풀이기는 손대지 않아도 됩니다.

왜 이런 모델이 필요할까

전 지구 시뮬레이션의 역할은 장 분포를 멋진 그림으로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파원과 물질 모델을 주었을 때 수신기에 어떤 신호가 도착하는지를 계산하는 순방향 모델(forward model)이 된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관측과 계산이 맞지 않으면 파원의 위치·세기나 전리층·지각의 전기적 성질을 바꿔 가며 원인을 좁힐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당장 모든 역문제를 푼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물리 변화가 어느 관측량을 얼마나 바꾸는가”를 통제된 조건에서 묻는 기반은 제공합니다.

활용 질문 바꾸어 볼 입력 비교할 관측량
전 지구 번개 활동은 어디에서 얼마나 강한가? 번개 위치, 전류 모멘트, 발생 분포 슈만 공명 스펙트럼, 다중 수신기 장 성분
하부 전리층은 태양 활동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전도도 기준 고도 $H’$, 스케일 높이 $\zeta$, 주야 분포 진폭, 위상, 도달 시간, 감쇠율
장거리 저주파 채널은 어느 경로에서 안정적인가? 파원·수신기 위치, 지표 전도도, 전리층 상태 경로 손실, 위상 속도, 동서 경로 차이
지하 전도도 이상이 관측 가능한가? 이상 구조의 크기, 깊이, 전도도 대비 배경 모델과의 파형·스펙트럼 차이

번개와 슈만 공명으로 지구를 본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번개는 지구-전리층 공동을 계속 두드리는 자연 파원입니다. 수직 전류 성분이 만든 ELF 에너지는 공동의 고유 모드인 슈만 공명을 유지합니다. 따라서 여러 관측소에서 전기장과 자기장 스펙트럼을 모으면 전 지구 번개 활동의 세기와 분포를 역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슈만 공명 관측으로 전 지구 번개량을 추정하거나(Heckman, Williams & Boldi, 1998), 유한차분 순방향 계산을 기저 함수로 삼아 번개 분포를 복원하는 연구가 수행됐습니다(Ando et al., 2005).

이때 전 지구 모델은 “특정 위치의 번개가 각 수신기에서 어떤 스펙트럼으로 보이는가”를 계산합니다. 파원 후보마다 응답을 미리 계산해 두면 관측 스펙트럼을 가장 잘 설명하는 공간 분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한 관측소만으로는 거리와 방향의 모호성이 크지만 서로 떨어진 수신기를 함께 쓰면 가능한 해를 더 좁힐 수 있습니다. 화산재 구름에서 발생한 대규모 번개처럼 국지적인 사건이 전 지구 슈만 공명 배경을 얼마나 바꾸는지 재현하는 문제에도 같은 구조를 쓸 수 있습니다(Mezentsev et al., 2023).

하부 전리층을 원격으로 탐사한다

하부 전리층, 특히 D 영역은 고도가 낮아 위성이 직접 오래 머물기 어렵고 기구로 반복 관측하기도 까다롭습니다. 대신 이미 경로를 알고 있는 VLF 송신 신호의 진폭과 위상 변화를 지상에서 측정하면 전리층의 유효 반사 높이와 전도도 기울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태양 플레어의 X선이 전자 밀도를 높이면 동일한 송수신 경로에서도 진폭과 위상이 변하며, 이런 VLF 교란을 이용해 플레어에 대한 D 영역의 반응을 조사해 왔습니다(Raulin et al., 2013; Belcher et al., 2021).

IonosphereFDTD에서는 우선 $H’$와 $\zeta$를 바꿔 전도도 프로파일의 기준 높이와 경사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같은 파원을 여러 프로파일에서 실행해 도달 시간, 감쇠, 위상 변화를 비교하면 어떤 관측량이 전리층 변화에 민감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기준 모델은 등방성 스칼라 전도도를 사용합니다. 실제 VLF 운용 예측에는 주야 경계, 지구 자기장에 의한 이방성, 더 현실적인 전자 밀도와 충돌 주파수 모델이 필요합니다. 지금 단계의 결과는 운용 예보가 아니라, 그 확장 전에 물리적 민감도를 분리해 보는 기준선에 가깝습니다.

장거리 통신·항법 채널을 비교한다

VLF는 지구-전리층 도파관에서 감쇠가 작아 장거리 통신과 항법에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때 필요한 값은 단순히 “신호가 도착한다”가 아니라 주파수별 감쇠율, 위상 속도, 모드의 여기 효율과 지표 전도도에 따른 경로 차입니다. Wait와 Spies의 고전적인 도파관 모델도 바로 이 값들을 정량화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전 지구 시간영역 모델에서는 송신 위치에서 짧은 펄스를 넣고 여러 수신기에서 파형을 기록한 뒤, 한 번의 실행으로 넓은 주파수 대역의 전달 특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해양과 대륙을 지나는 경로, 동쪽과 서쪽으로 지구를 감아 도는 경로, 대척점 부근에서 다시 모이는 경로를 같은 격자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 국소 모델과 다릅니다. 앞으로 주야 전리층과 실제 지표 전도도 지도를 결합하면 송수신기 배치, 경로 안정성, 특정 전리층 교란에 대한 민감도를 가상 실험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지하 구조가 남기는 작은 차이를 찾는다

파동은 위쪽의 전리층뿐 아니라 아래쪽 지표와 지각에도 계속 결합합니다. 따라서 배경과 전도도가 다른 큰 지하 구조가 있다면 수신 파형이나 감쇠 스펙트럼에 작은 차이를 남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대형 유전 광상을 대상으로 한 ELF 레이더 연구에서 전 지구 측지 FDTD로 시험된 바 있습니다(Simpson, Heikes & Taflove, 2006).

여기서 시뮬레이션이 답해야 할 첫 질문은 “탐지할 수 있는가”보다 앞섭니다. 이상 구조를 격자가 실제로 표현하는가, 그 구조가 만든 차이가 수치 분산과 모델 불확실성보다 큰가? 배경 모델과 이상 구조 모델을 같은 파원·수신기 조건에서 실행하면 두 결과의 차이만 분리해 볼 수 있습니다. 구조의 크기, 깊이, 전도도 대비를 하나씩 바꾸며 최소 관측 조건을 찾는 민감도 실험도 가능합니다. 반대로 차이가 격자 해상도나 전리층 가정의 작은 변화보다 약하다면, 그 결과는 탐지 가능성의 증거가 아니라 현재 모델로는 구분하기 어렵다는 경고가 됩니다.

이 네 활용은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계산 구조는 같습니다. 파원과 물질을 정하고, 전 지구 도파관을 따라 전파시킨 뒤, 수신기에서 시간·주파수 응답을 비교합니다. 그래서 순방향 풀이기를 물리 모델과 분리해 두는 일이 중요합니다. 같은 FDTD 코드를 유지한 채 번개 분포, 전리층 프로파일, 통신 경로, 지하 이상 구조만 바꿔 서로 다른 질문을 시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리 모델의 범위와 경계

지구와 전리층은 거의 완벽한 구형 대칭을 이루므로 계산 영역도 이 대칭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구면 좌표계(spherical coordinate system)를 기반으로 짭니다. 반경 방향으로는 여러 겹의 동심 구면을 쌓아 올린 형태입니다. 기본 설정에서는 해수면 아래 100 km부터 위 100 km까지, 두께 200 km의 조각을 지구 전역에서 다룹니다. 아래쪽은 손실이 있는 지구를, 위쪽은 점점 전도성이 커지는 전리층을 담습니다. 방사 방향 양 끝에서는 접선 전기장을 0으로 두는 PEC(완전 도체, Perfect Electric Conductor) 경계 조건을 씁니다. 완전 도체 표면에서는 접선 전기장이 존재할 수 없다는 성질을 그대로 이용해 계산 영역을 인위적으로 닫는 것입니다. 이 $\pm100$ km 끝단은 계산 범위를 한정하는 장치일 뿐, 그 고도에 실제 물리적 경계면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상적인 설정에서는 두 끝단 모두 전도성이 강한 물질 속에 잠겨 있어서 이 인위적인 경계가 물리적으로도 크게 튀지 않습니다.

방사 방향 계산 영역. 아래쪽 PEC 종단부터 손실 암석권, 대기 도파관, 전도성 전리층, 위쪽 종단까지 이어지며 오른쪽에 정성적인 전도도 프로파일을 함께 보여줍니다.

이 닫힌 구면 영역을 실제로 계산하려면 극점에서 무너지지 않는 수평 격자와, 전기장과 자기장을 서로 엇갈리게 놓을 방사 격자가 필요합니다. 또한 파원의 물리적 위치와 관측하려는 구조의 크기가 격자 위에서도 보존되어야 합니다. 정이십면체에서 출발한 측지 격자가 이 요구를 어떻게 만족하는지, 해상도가 무엇을 볼 수 있는지를 어떻게 제한하는지는 2편에서 다룹니다.

무엇을 측정하나

실험에서는 전 지구 표면 지도, 대권 거리-고도 단면, 혹은 수신기 파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검증에는 수신기 파형이 특히 쓸모 있습니다. 도달 시각은 위상 속도 오차를 드러내고 파형의 모양은 펄스와 도파관의 상호작용을 보여줍니다. 두 수신기 사이의 스펙트럼 비를 보면 파원의 절대 세기를 몰라도 감쇠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래 동영상처럼 측지 격자 위에 전 지구 장을 직접 렌더링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검증은 Simpson과 Taflove의 2004년 전 지구적 극저주파 실험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재실행 결과는 정성적인 시간 파형(음의 주 펄스, 양의 오버슈트, 느리게 남는 꼬리, 4분의 1 원호가 절반 원호보다 먼저 도달하는 순서, 눈에 띄는 동서 비대칭)을 잘 재현했습니다. 반면 발표된 동서 피크의 순서·간격까지 그대로 맞추지는 못했고 엄격한 감쇠 허용 오차는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파형이 그럴듯해 보인다”와 “그림을 정확히 재현하고 수치까지 일치한다”는 서로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엇갈린 결과가 그 차이를 분명히 드러냅니다. 검증을 이미지 몇 장이 아니라 수렴성과 수신기 기반 비교로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모델이 약속하는 것

정리하면 지금의 프로젝트는 가정을 분명히 밝힌 수치 실험실로 읽는 게 맞습니다. 기하는 전 지구적으로 구면이고 닫혀 있습니다. 물질 손실은 전도도와 유전율로 표현합니다. 기준 전리층은 등방성 스칼라 모델이라, 자기화된 플라스마의 분산은 아직 이 풀이기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파원은 위치와 시간 파형을 통제할 수 있는 방사 방향 전류로 모델링합니다.

이 “계약”이 시리즈의 나머지에 구체적인 목표를 줍니다. 다음 2편에서는 행성을 계산 가능한 격자로 바꾸고 3편에서는 그 위에서 측지 FDTD의 시간 갱신을 완성합니다. 이어지는 4편과 5편에서는 같은 알고리즘을 NumPy와 PyTorch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표현하는지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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