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리즘에서 “인생 녹음 중” 채널을 처음 만났습니다. 떡볶이 떡을 닮은 귀여운 캐릭터가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무엇보다 남의 일상을 엿듣는 듯한 채널명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쇼츠 하나를 눌렀다가 이 부부의 티키타카에 빠져들었습니다. 아내 분의 노래 실력과 남편의 넉살이 잘 어우러졌습니다. 대화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말하지 않은 마음까지 서로 알아듣는 듯한 소울메이트의 모습이 내심 부러웠습니다.

인생 녹음 중 부부의 『인생 녹음 중』. 출처: 교보문고 도서 정보
유튜브 채널이 짧은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듯 책도 네다섯 쪽 분량의 짧은 에피소드로 이어집니다. 한 편씩 가볍게 읽을 수 있어 부담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은 두 시간 남짓 만에 책을 다 읽고는 “여기 아저씨가 아빠랑 비슷해”라고 말하더군요. 이렇게 사려 깊은 분과 닮았다는 말을 들으니 내심 기분이 좋았습니다.
유튜브 영상이 재미 8할에 교훈 2할이라면, 책은 교훈 8할에 재미 2할쯤 됩니다. 영상에서는 웃고 지나갔던 대화 뒤에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기울인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웃음으로 바뀌어 영상의 재료가 된 아픔도 책에서는 솔직하고 담백하게 드러납니다. 함께 성장하고 힘들 때 서로를 지지해 온 시간을 읽고 나니 익숙했던 영상도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두 사람은 부부간에 대화만 잘 통한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철석같이 믿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이 통한다는 것은 그저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그 마음을 이해하려 애쓰는 태도에 가까웠습니다. 결혼 생활을 하며 저도 그 말의 무게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기에 더욱 마음에 남았습니다.
두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는 제게 어느 자기계발서보다 더 큰 가르침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 카페에서 아내가 늘어놓았던 푸념에 조금 더 공감해 주지 못한 일이 뒤늦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거창한 다짐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 볼 생각입니다. 내일 밥상에서는 아내의 요리에 평소보다 조금 과장된 칭찬을 늘어놓아야겠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야 제가 부러워했던 두 사람의 소통이 타고난 감정 궁합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말이 잘 통하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서로의 말을 들으려 애쓴 시간이 쌓여 지금의 두 사람이 된 것이었습니다.
오래 함께 산다고 해서 저절로 서로를 알게 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말을 흘려듣지 않는 일, 이미 다 안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오래도록 말이 통하는 부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전보다 조금 더 절실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