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IT 도서의 특색이 잘 드러나는 책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잘 아는 내용을 정확하고 담백하게 풀어냅니다. 잘 모르는 내용까지 매뉴얼에서 긁어모아 분량을 늘린 듯한 대목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내에 번역되는 과정에서 이미 양서가 한 차례 걸러진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IT 번역서를 읽을 때 종종 느꼈던 단정한 인상을 이 책에서도 받았습니다.

니시무라 야스히로의 『그림으로 배우는 서버 구조』. 출처: 교보문고 도서 정보
책은 서버의 기본 개념에서 출발해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여러 종류의 서버, 보안과 장애 대책, 도입과 운용 관리까지 차례로 훑습니다. 어느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서버를 둘러싼 용어와 기술이 전체 시스템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보여 주는 데 집중합니다. 설명은 짧고 범위는 넓습니다.
이런 태도는 책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입니다. 글에는 블러핑도 화려함도 없습니다. 오직 정확하고 간략하게 기술하겠다는 집필 의도가 보입니다. 몸에 좋다는 건 알지만 자꾸 손이 가지는 않는, 간이 약한 음식과 비슷합니다. 읽을 만한 내용은 분명하지만 다음 장을 궁금하게 만드는 힘은 부족합니다.
책 제목에 어울리게 하나의 주제를 한 쪽의 설명과 한 쪽의 그림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림만으로 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 단번에 풀린다는 느낌은 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짧은 항목이 연이어 등장하는 사전식 구성에서 지루함을 덜어 내는 역할은 확실히 합니다. 글로 읽은 내용을 그림으로 한 번 더 훑고 넘어갈 수 있어 호흡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서버의 역할을 설명하는 본문 그림. 출처: 알라딘 도서 미리보기
책 후반부에 용어집을 실은 점도 마음에 듭니다. 책 전반에 걸쳐 많은 용어를 사전처럼 소개하기 때문에 기억이 흐릿한 약어 등을 다시 찾아볼 때 유용합니다. 다만 용어가 사전 순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 원하는 항목을 빠르게 찾기 어렵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용어집의 목적을 생각하면 가나다순이나 알파벳순으로 정리했으면 더 좋았을 듯합니다.
번역도 대체로 자연스럽습니다. 눈에 거슬리는 표현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기억에 남은 예외는 Fault Tolerance System을 “장애 허용 시스템”으로 옮긴 대목입니다. 장애가 일어나도록 허용한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어서 장애를 버텨낸다는 “내결함성 시스템”이라고 옮겼다면 의미를 더 정확하게 전달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서버 기술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소개하는 입문서는 아닙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기보다는 서버와 관련된 용어의 큰 지도를 그리거나, 낯선 개념이 나왔을 때 해당 항목을 찾아보는 용도에 더 잘 어울립니다. 화려한 설명 대신 정확하고 짧은 설명을 원하는 독자라면 곁에 두고 참고할 만한 책입니다.